[김승련의 현장칼럼]엄마의 눈물

2018-08-31 3



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에 의지했던 영문학자 고 장영희 교수.

그의 산문집에는 초등학교 때 일기가 실려 있습니다.

어머니에 대한 글입니다.

<엄마의 눈물-장영희>
“겨울에 눈이 오면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등굣길에 연탄재를 깔아놓았고 내리막길에선 나를 업었다. 그런데 나는 문득 엄마의 이마에 흐르는 그 땀이 눈물같이 보인다고 생각했다."

아이가 헤아린 어머니의 눈물은 감동 이상의 무엇입니다.

그런데,현실은 왜 이렇게 냉혹하기만 할까요?

장애 자녀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는데 반대하지 말아달라며 무릎을 꿇었던 엄마들. 그로부터 1년이 흘렀습니다.

주민 반대로 우여곡적을 겪었던 서진 특수학교는 이렇게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 이달 초 공사가 시작됐습니다.

그때 무릎을 꿇었던 어머니 두 분을 만났습니다.

[인터뷰:정민희]
"장애인 아이를 둔 게 참 축복받은 일은 아니지만 공청회를 갔을 때 종이를 말아서 얼굴을 때리더라고요. 맞고 있었거든요."

주민들의 반발은 집값 때문이었을 겁니다.

이런 반발 때문에 서울에는 특수학교가 2002년 이후 한 곳도 신설되지 못했습니다.

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.운이 안 좋았거나 사고를 당했던 것이지 죄인인 것도 혐오의 대상도 아닙니다.

그럼에도 배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었던 것이죠.

[인터뷰:김정아]
"엄마들이 이 세상에서 자꾸 공격을 받으니까 아이들을 외부환경에 노출시키지 않고, 집에 데리고 있고"

장영희 교수의 일기는 이렇게 이어집니다.

<엄마의 눈물-장영희>
"나를 업고 오면서 너무 힘들어서 우셨을까, 아니면 ‘나 죽으면 넌 어떡하니’ 생각하시면서 우셨을까.”

공사시작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. 하지만 달라진 것 없는 장애 가족의 고통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.

그래픽 : 안슬기 이수정 디자이너
연출 : 황진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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